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최고 스타는 `그루브'이다. 우승자가 4명이나 나왔지만 언론과 선수들의 관심은 온통 그루브에 쏠려 있다.

   그루브는 적어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복귀할 때까지 PGA 투어에서 주인공 노릇을 계속할 전망이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2010년 1월1일부터 모든 프로대회에서 스퀘어(ㄷ자형) 그루브가 있는 5번 이상 아이언과 웨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깊게 팬 스퀘어 그루브가 장착된 아이언이나 웨지로 선수들이 러프에서도 쉽게 그린 위에 볼을 올린다면 기량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취지였다.

   R&A와 USGA는 이같은 방침을 작년 여름 미리 발표했고 선수들은 새로운 그루브 규정에 맞는 이른바 V자형 그루브 골프채로 실전에 대비해 왔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이 V자형 그루브를 변형시킨 U자형 그루브 골프채를 들고 나오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기 시작했고 이 선수들 중에 2인자 필 미켈슨(미국)까지 포함되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은 U자형 `핑 아이2'= 골프채 제조방식이 단조가공법에서 정밀주조법으로 바뀐 뒤 골프용품업체 핑은 1984년 `핑 아이2'라는 새로운 모델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기존 V자형 단면을 가진 그루브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어 U자형의 모양을 갖게 됐고 이는 임팩트 시 볼과 클럽페이스의 접촉 면적을 넓혀 더 강한 스핀을 걸 수 있는 효과를 냈다.

   USGA는 이 제품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핑은 법정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핑 아이2는 1990년부터 적법성을 인정받았다.

   미켈슨 등 일부 선수들이 지난 주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사용한 웨지는 바로 핑 아이2였고 이미 20년 전에 USGA에서 승인을 받았던 제품이었기에 개정된 그루브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었다.

   △선수들도 찬반 양론= 핑 아이2를 사용한 선수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은 동료 선수인 스콧 매캐런(미국)이었다.

   매캐런은 대다수의 선수들이 V자형 그루브를 사용하는데 U자형 그루브를 들고 나온 것은 불공정하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그 대상 중의 하나가 2인자 미켈슨을 겨냥한 것이었기에 논란이 커졌다.

   매캐런은 `부정행위'(Cheating)라는 단어를 써가며 미켈슨을 공격했고 미켈슨은 "나는 USGA가 인정한 적합한 클럽을 썼다"며 반박했다.

   다른 선수들도 이 논란에 가세하면서 `그루브 논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상황이다.

   유럽의 신예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그루브 규제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매킬로이는 "골프 코스가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20언더파의 우승 스코어가 12언더파로 낮아졌다. 이같은 상항에서 그루브까지 규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팬들은 선수들이 더 많은 버디를 잡아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럽의 강호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은 "지난 겨울 오래 된 클럽을 정리하면서 핑 웨지를 팔아버렸다. 갖고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해링턴은 "이번 주 노던트러스트 오픈에서 핑 웨지가 필요하다"면서도 "PGA 투어가 그루브 규정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창고 뒤지는 선수들= 출고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새로운 모델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핑 아이2도 골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듯 했다. 하지만 새로운 그루브 규정이 시행되면서 선수들은 옛날에 썼던 골프채를 쌓아두었던 창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미켈슨이나 존 댈리(미국)도 창고를 뒤져 20년이 지난 모델인 핑 아이2를 찾아 들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핑골프의 우원희 피팅 매니저는 "핑은 오래된 모델이라도 주물 금형을 보관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핑 아이2를 생산할 수 있다. 본사에서는 오래 전 핑 아이2를 구매했던 고객들을 위해 애프터 서비스 차원에서 다시 만들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원희 매니저는 "최근에는 핑 아이2를 구할 수 있느냐는 선수들의 문의를 받기도 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새로운 그루브 규정 때문에 창고에서 찾다가 없으면 중고 시장을 뒤지는 프로 선수들도 나올 법한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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